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한국은행이 국내 암호자산 생태계에서 FTX 파산 사태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긴 어렵다고 봤다.

한국은행은 18일 지난해 글로벌 암호자산 시장에서 발생한 주요 사건을 평가하고 국내 암호자산 시장에서 유사한 취약성이 있는지 점검하며 이같이 말했다.

한은은 국내 암호자산 시장이 규모가 작고 거래소의 단순 중개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있어 취약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국내 암호자산 생태계에서는 암호자산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가 금지되는 등 규제가 엄격하다.

특정금융정보법에서는 고객 예탁금과 자기자산의 분리 보관 의무도 적시하고 있다. 가상자산사업자와 그 특수관계인이 발행한 가상자산의 매매·교환·중개 등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에 한은은 FTX 사태와 같은 상황이 국내에서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고 평가했다.

FTX는 미국의 암호자산 거래소다. 불투명한 내부거래와 고객예탁금 전용 등의 사실로 지난해 파산하며 암호화폐 생태계에 혼란을 일으켰다.

일부 거대 기술기업(빅테크)과 게임사가 국외 법인을 통해 암호자산을 발행하고 있지만, 해당 암호자산의 시가총액이 전체 암호자산시장 규모 대비 매우 작아 위험이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국내 암호자산 수탁업도 그 규모가 크지 않고 주요 고객이 암호자산 업체인 점을 고려하면 부정적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일반 고객의 피해는 크지 않으리라고 예상했다.

다만 한은은 암호자산 부문과 전통 금융시스템 간 연계성이 높아지고 있어 포괄적인 대응체계를 마련해 파급 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암호자산의 규제가 완비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암호자산시장에 향후 부정적 사건이 발생할 경우 그 여파가 기존 금융시스템이나 실물 경제로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 관계자는 "발생할 수 있는 파급 위험에 대비해 포괄적 규제 대응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동일 행위, 동일 위험, 동일 규제의 관점에서 기존 금융 서비스와 같은 규제를 적용하고 국가 간 규제 차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요국과 규제 강도의 보조를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이규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