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암호자산 시장에서 주요 암호자산 가격이 급락하고, 대형 암호자산기업이 파산하면서 신뢰성이 크게 훼손됐다. 이런 부정적 사건이 국내에서 벌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지만, 투자자 보호 장치 등 포괄적인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글로벌 주요 사건을 통해 살펴본 암호자산시장의 취약성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중 글로벌 암호자산시장은 테라USD·루나 폭락, 셀시우스·3AC·FTX 등의 연이은 파산 등 취약성이 노출됐다.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기존 화폐 또는 실물자산과 연동해 가격 안정성을 보장하는 암호화폐)인 테라USD·루나 폭락은 △가격 안정 메커니즘 실패 △지속적인 신규 자본 투입에 의존하는 지속 불가능한 영업모델 탓으로 벌어졌다.

또 암호자산 대출 플랫폼 셀시우스의 파산은 자산·부채 만기불일치와 유동성 리스크 관리 실패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로부터 예치 받은 이더리움을 즉시 인출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운용하면서 고객 상환 요청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 싱가포르 소재 헤지펀드 3AC(Three Arrows Capital)는 암호자산 가격이 지속해서 오를 것이라는 지나친 낙관에 과도한 레버리지(부채를 끌어다 자산매입에 나서는 투자전략)를 사용해 비트코인 투자신탁에 투자했다가 가격 하락에 파산했다.

세계적인 대형 암호자산거래소 FTX도 관계사와의 불투명한 내부거래 수행과 고객예탁금 전용 등이 불거지면서, 신뢰도가 추락하고 이에 따른 대규모 자금 인출로 문을 닫았다

한은은 이런 사태가 국내 암호자산 시장에서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암호자산 생태계는 암호자산공개(ICO) 금지 등 해외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엄격한 규제로 단순 매매 중개 위주의 거래소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지윤 한국은행 금융안정연구팀 과장은 "특정금융정보법에는 고객 예탁금과 자기자산 분리 보관 의무, 가상자산사업자 또는 그 특수관계인이 발생한 가상자산 매매·교환·중개 등 금지가 명시돼 있어, 국내에서 FTX 사태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한은은 암호자산 부문과 전통 금융시스템 간 연계성이 계속 높아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파급 위험에 대비해 포괄적인 대응체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우선 암호자산에 대한 규제를 '동일행위, 동일위험, 동일규제' 관점에서 마련하고, 국가 간 규제차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요국과 규제 속도와 강도 측면에서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암호자산시장 모니터링, 정보 수집 및 감시·감독 측면에서 정부, 중앙은행 등 관련 당국 간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운용해 규제의 효과성을 제고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도경 한은 시스템리스크팀 과장은 "스테이블코인은 이용이 확산될 경우 화폐제도와 지급결제시스템을 포함한 전체 금융시스템 안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중앙은행의 역할을 제고할 필요가 있고, 암호자산사업자에 대해 공시, 외부감사 및 자료제출 의무 등을 부과하고 수집된 정보를 관련 당국 간 원활히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신아일보] 배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