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보분석원(FIU)이 지난달 발표한 '2022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리플(XRP)은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시가총액 상위 2위(16.7%)를 차지한다. 국내 시장 리플 투자 규모는 이더리움(ETH)보다도 크다. 한국인이 비트코인(BTC) 다음으로 사랑하는 가상자산이 바로 '리플'이다. 최근 리플의 가격 변동성을 보면, 투자자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달에만 50% 이상 올랐으며 지난해 저점 대비 100%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으니, 시장에서는 현재 리플 'Buy(매수)' 신호가 우세한 것이다.

16808597249563.png 리플(XRP)의 시세 변동 추이. 출처=코인마켓캡

 

리플 가격 상승과 관련해 일부 언론들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소송에서 리플랩스가 승소할 것이라며 핑크빛 전망을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필자는 최근 가격 상승은 소송 종결 기대에 따른 규제 리스크 해소와 승소를 예상하는 일부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반영됐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한다. 리플 투자자들은 승소를 염원하며 소송 결과에 집중하고 있으나, 사실 시장에서 더욱 주목해야 하는 것은 소송의 승패에 따른 가격 예측이 아닌 리플랩스를 기점으로 세워질 미국 가상자산의 '증권성 기준'이다. 미국 사법부가 증권성 판단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확립할 경우, 소위 '엄격한 증권성 판단의 스펙트럼'을 통과하지 못하는 다수 알트코인들이 상장폐지되는 상황에 처 수 있기 때문이다.

 

김치코인의 증권성 판단 기준, 테라-루나가 될 것

미국의 투자계약증권 기준은 하위테스트(Howey test)다. 하위테스트는 1946년 미국 대법원이 오렌지 농장투자건과 관련해 정립한 기준으로, 현재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 판별에 기준점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자본시장법의 경우, 미국의 증권법을 참고해 투자계약증권 개념을 도입했으나, 미국의 정의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우리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은 개념과 요소를 명확하게 법조문에 기술했다. 그 요건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증권에 해당하지 않고(다른 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함), 죄형법정주의 관점에서 형벌 법규에 대한 유추 해석은 지양해야 하므로, 해석은 더욱 엄격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한국이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판단할 경우, 현재 화제가 되고 있는 리플 등을 주목하기보다는 향후 정해질 '테라-루나 사건'의 판례가 국내 시장의 기준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진행 중인 테라-루나 사건의 수사 상황을 살펴보면, 검찰은 루나가 자본시장법상 투자 계약증권에 해당한다고 봐 기소했으나, 법원은 투자계약증권 적용 여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구체적으로 미국의 경우 '리플=증권'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하위테스트의 다른 요건과 함께 리플 투자자들이 '리플 랩스 등 타인의 노력으로 창출되는 이익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테라-루나 사건의 경우, 테라와 루나의 증권성이 입증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의 이익에 대한 합리적 기대'를 넘어, '공동 사업의 결과로 손익을 귀속받는 계약상 권리'가 필요하다. 즉, 발행자에 대한 청구권이 없는 경우 투자계약증권에 해당된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법원에서도 여러 해석의 여지가 있다고 보는 것으로 생각된다.

국내 법원은 리플에 대한 미국의 판단을 참조할 뿐 실제 우리나라는 우리 법체계에 맞는 독자적인 판단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리플이 소송에서 지더라도 해당 기준이 곧바로 국내에 확립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신문 지면은 연일 권도형의 체포소식, 테라-루나 관련 속보, 리플 이야기 등으로 가득하다. 금융당국과 가상자산업계는 자체적으로 증권성 판단과 점검에 대해 열을 올리고 있고, 검찰과 법원은 이 기준에 대한 치열한 공방을 지속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증권성 판단의 기준이 우리 시장에 미칠 영향이 실로 대단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리플보다 국내 사법부의 테라-루나에 대한 판단을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